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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는 속박의 다른 이름: 감정이 서툰 어른들...을 읽고 (5)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정보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도서명: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저자: 린지 C. 깁슨
출판사: 지식너머
출간일: 201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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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당연히 정서적으로 미숙하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있어 모든 상호작용은 결국 자기가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나쁜 사람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들이 한 일에 관해 얘기하려고 할 때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사소한 불평만 해도 '그럼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엄마겠구나!' 라든가 '나는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지!' 처럼 극단적인 말로 응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가 나쁜 사람인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을 듣느니 차라리 모든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편을 택한다.

린지C 깁슨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가족-그림자

 

사춘기 딸 아이를 대할 때 내가 가장 주의하는 점 하나가 있다. 바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쁜 사람인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을 삼가하는 일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가급적이면 내 아이를 어떤 고정된 틀에 넣어 판단하기도 꺼려한다. 

 

13세 사춘기 딸 아이는 종종 엄마가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내뱉곤 한다. 이를 한결같이 참고 삼키는 일은 내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연히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쪽을 택하는 이유는 아이는 나와는 달리 아직 정서적으로 미성숙해도 되는 나이인 이유에서다. 마땅히 성숙해야 할 어른인 내가 아직 미성숙한 아이의 반응에 발끈하여 감정 폭탄을 터트리는 행위는 마치 자폭하는 것과도 같지 않은가. 

 

물론 나 역시 가끔 부끄러운 엄마임을 고백한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좋은 엄마인 것은 여전히 내겐 차이가 있다. 솔직히 나는 내가 미래에 완벽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완성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다만 아이와의 관계에서 내가 조금 더 성숙하여 내 아이가 자랐을 때 혼란스러운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편애는 속박의 다른 이름

"흥미롭게도 부모의 속박 본능을 자극하지 않고 뭐든지 혼자 알아서 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기에 더 독립적이고 자기 결정적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를 뛰어넘는 수준의 자기 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명 이상의 형제자매들과 감정적 속박을 맺고 거기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동안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고 고통스러워한다." 린지C 깁슨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여자-뒷모습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봤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나에게 부모님은 비교적 관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큰 아들인 오빠는 어릴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수혜자였지만 지금은 그에 상응하는 거대한 책임감에 짓눌려 살고, 둘째인 언니는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한 덕분에 다른 형태의 혜택을 받았지만 -내 관점에서- 타고나길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이었던 탓에 부모가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쉽사리 내놓는 법이 없었다. 그럼 나는? 세번째 순위로 가정 경제가 나름 안정적이었을 시기 태어났던 나는 예능 청개구리였던 탓에 그 어떤 속박도 반면 기대도 받지 못하고 쑥쑥 자랐고. 대학생이 되고난 후 교환학생을 빌미로 미꾸라지처럼 부모의 시야에서 철저히 벗어나버렸다. 그 후로 결혼식을 올리고 딸 아이가 13세가 된 지금까지 나는 쭉 독립투사로 산다. 

 

한 번은 다 자란 언니는 나에게 말했다. 어렸을 적 나는 엄마가 해 주던 안 해주던 뭐든 꿋꿋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던 아이였고 언니는 그 점이 참 부러웠다고 한다.  

 

"속박은 의존성이나 이상화의 형태를 띌 수도 있다. 의존적 속박 관계에서 아이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는 구조자 혹은 희생자의 역할을 한다. 이상적인 속박 관계에서는 부모가 편애하는 아이를 매우 관대하게 대한다. 마치 그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더 중요해서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상화되어 편애받는 아이는 감히 벗어날 수 없는 역할 틀 속에 갇히기 때문에 진정한 감정적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린지C 깁슨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과연 얼마나 독립적인지. 물론 자기 결정적인 삶을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남편에 한해서는 나는 원망도 투정도 많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어떨까? 역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위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아이가 얼마나 훌륭하게 자신의 개성을 수호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하면 답이 될까. 무남독녀인 딸 아이의 의존성 정도는 내가 아직 가늠하긴 어려운 듯 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이 책을 만난 점이다.  

 

사실 오늘 내용은 상당히 심도있어 단편적으로 다루기는 어려운 듯 하다. 책을 조금 더 읽다보면 사이다처럼 시원한 독후감을 써 낼 수 있을지도. 

 

어쩌면. 우리에겐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는 왜곡된 기억, 둘째는 무의식. 나는 나의 유년시절을 어느정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분명한건. 나의 무의식은 이미 나의 나쁜기억들과 상처들을 잠식시켜버렸다는 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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