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미있게/책수다 책소개

나는 감정이 서툰 어른이다: 감정이 서툰 어른들...을 읽고 (3)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정보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도서명: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저자: 린지 C. 깁슨
출판사: 지식너머
출간일: 2019.1.27 
반응형

나는 감정이 서툰 어른이다

고백컨데, 오늘 접한 글귀들은 내 가슴을 깊숙이 후벼 팠다. 그렇다. 이 책을 3독 하는 지금에 와서야 나는 인정하기로 한다. 나는 '감정이 미숙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내 부모 역시 감정이 성숙한 사람은 아녔음을 설령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지언정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평생 내가 외로운 이유조차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야기는 좀 아플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대학에 다닐 때였다. 이미 수십년이 지나 정확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서는 들추고 싶지 않다. 때때로 같은 사건도 다르게 기억하는 법이니까. 대학 4학년 나는 이미 성인이었다. 한 번은 몸살 기운에 이불속에서 으슬으슬 떨고 있었던 어느 날, 아버지는 거실에서 수차례 헛기침을 하신다. 아마도 밥때가 되었나 보다. 사실 나는 내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 '열이 난다'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체온계를 써 본 적이 없었고 초등 6학년 6년 내내 한 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을 만큼 '아픔'에 둔감했다. 나는 그날 내가 열이 난다는 사실조차도 몰랐고. 아버지 헛기침 소리에 꾸역꾸역 방을 기어 나와 저녁밥을 차리며 몰래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바보처럼 아프다는 말 한마디도 못했다. 

 

온가족-그림자

 

딸 아이는 어릴때부터 노는 것을 몹시 좋아해서 한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해질때까지 놀고마는 성격이었다. 문제는 정말 해가 지고 나서도 좀처럼 집에 가고싶어하지 않아서 울고 떼쓰고 화내고를 반복하곤 했다는 것. 심지어는 집에 가서도 심통을 부렸다. 나름 배웠다는 감정코칭도 내 아이의 그 순간 만큼은 그닥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더라. 아무리 달래고 얼르고 위협하고 혼내도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그랬다. 노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신기하게도 다른 아이들은 조금 울다가 집으로 향하거나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그런 아이들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늘 집에 가기 10분 전 아이에게 미리 알려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왔고. 마찬가지로 그 후 항상 어떤 결과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하도록 이야기 해 주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가 전국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는 혹시 대회 결과가 나빠 실망할까봐. 여행가기 며칠 전에는 만에 하나 이변이 생길까봐. 그렇게 어느새 나는 흥을 깨는 부모가 되어갔다. 물론 아이가 자람에 따라 기쁨이던 슬픔이던 나 역시 점점 아이 스스로 결과를 받아들이게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절 나는 내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기 보다 아이의 감정을 컨트롤 하는데 집중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달라질까? 나는 과연 적절한 시기에 침묵하여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도왔을까? 모르겠다. 

 

감정에 쉽게 압도당하는 나는 평소 눈물이 많다. 좋아도 울고 나빠도 운다. 그런 예민한 감수성은 틀림없이 내게 득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나는 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양극으로 치닫곤 한다. 아니 다행히 과거형에 가깝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 서툰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의 양가성, 딜레마, 정서적으로 복잡한 경험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쉽게 말해, 나는 내 마음속에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담겨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의 깨달음이 필요한데, 감정에 쉽게 압도당하고 서툰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양극적 감정이 동시에 담겨 있음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슬플때면 기쁨을 잊고, 기쁠때면 슬픔을 철저하게 배제시켜 두 감정이 공존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미묘한 감정은 단색이 아닌 파스텔톤이다. 결코 한가지 색이 아닌 모호하게 겹쳐진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래도 된다. 중요한 건, 그것이 당연하고 그럴 수 있으니 너무 정색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말라는 점이다. 나는 이 간단하고도 복잡한 진리를 마흔이 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맺음말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감상을 쓰려고 했는데, 나만 알아보는 언어로 이야기 한 것이 아닌지 살짝 우려하는 중, 그래도 아프게 시작한 글치고 내 마음이 매우 편안해진 것에 위로를 받기로 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을 읽고 (1)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정보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도서명: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저자: 린지 C. 깁슨 출판사

morphos-room.tistory.com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