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근심 상자'라고 들어보셨나요? 사실 근심 상자는 제가 만들어 낸 상자입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살 수가 없죠. 제가 상자를 사고 그 상자에 붙여준 이름일 뿐이니까요. 어느덧 딸아이가 중2가 되었는데요. 아직까지는 커다란 마찰이 없지만. 워낙 개성과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라 제가 평소 사춘기 딸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러다 문득, 저의 '잡념상자'를 응용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근심상자'를 사춘기 딸에게 선물해보았습니다. 다행히 딸아이가 예쁜 상자 좋아하네요.
사춘기 딸 선물 '근심상자'
아래 왼쪽의 상자가 바로 '근심상자'입니다. 예쁜 상자를 찾던 중 눈에 띄어서 구입하게 되었는데요. 마침 자물쇠도 있는 것이 꽤 그럴듯합니다. 저 상자 안에 저는 아래와 같은 쪽지를 넣어 사춘기 딸아이에게 전달했습니다.
"엄마의 똥강아지에게(애칭입니다)
이건 엄마가 너에게 선물하는 '근심상자'야.
근심은 언제나 이곳에 담아두렴.
열쇠도 네게 있으니
언제든 열 수 있단다.
사랑하는 엄마가
2011.11.30"
'근심상자' 용도와 의미
근심상자의 용도는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사춘기 딸아이의 말 못 할 고민이나 근심 또는 비밀들을 보관해두는 용도랍니다. 때때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근심'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힘겨워하며 내려놓지 못하는데요. 그럴 때 아이가 상징적으로 사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근심상자'를 선물했습니다. '근심상자'에 근심을 적어 넣고 당분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기를. 생각보다 많은 상황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아이도 알길바라는 마음에서 '근심상자'를 선물했습니다.
사춘기 딸아이는 예쁜 상자를 선물 받은 것이 좋은지 고맙다 합니다. 다만, 아직은 '근심거리'가 없다고 말하며 '근심'이 생기면 이곳에 담아두겠다고 하네요. 저는 사춘기 딸아이에게 열쇠도 함께 주었는데요. 아이가 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에게는 '잡념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계획한 일들에 방해되는 잡념들을 잠시 가둬두는 상자로 마찬가지로 노랑 포스트잇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잠념 내지는 근심을 적어 넣고 잠시 그 생각에서 자유로와지는 겁니다. 몇 시간이 지나 심지어 며칠이 지난 후 상자를 펼쳐볼 때즘에는 아마도 근심이 해결되어 있거나 용기 내어 근심을 직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춘기 딸과의 소통
사춘기 딸을 둔 부모라면 공감하실까요. 어느 날은 입을 꾹 다물고 문을 꼭 잠근채 말이 없고, 또 어떤 날은 엉뚱하게 트집 잡고 짜증 내는 딸아이. 제 경우, 이제는 많은 시간 '기다려주는 편'을 택하는데요. 물론 초반에는 신경전이 말도 못 했지만요. 지금은 서로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듯. 아직 어린 딸아이는 사춘기답게 종종 저의 약점을 공격하곤 하지만 저 역시 멘탈 똑바로 부여잡고 대응하기에 이제는 평화로운 날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춘기 딸아이와의 소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모가 힘들다고 피하거나 내려놓는 순간,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결코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춘기 딸에게 가장 알맞은 커다랗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유와 책임을 경험하게 돕고 그냥 끈을 놔버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간이 되면 다시 아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소통을 시도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딸아이와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되 힐끔힐끔 아이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역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이죠. 하지만 단 한 번뿐인 청소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죠? 어렵더라도,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른인 부모가 주도적으로 밀당을 잘 해내야합니다.
맺음말
이상 사춘기 딸 선물 '근심상자' 그리고 사춘기 딸과 소통하기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사람의 일이라 정답이 있을 수는 없고 변수도 많을 테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아이를 존중한다면 설령 훌륭한 무엇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행복한 한 인간은 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